A씨의 이러닝 경험 - 혼자라는 외로움

직장인 A씨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퇴직 후를 위한 준비를 해 두려고 요즘 인기 있는 부동산 중개사 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곳 저곳 알아보니 노량진에 있는 학원에 유명한 강사가 많이 모여 있고, 합격률도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회사와 집에서 학원까지 다니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수강료도 만만치 않고, 수강신청 하는 것도 경쟁률이 높아 줄까지 서야 할 정도라고 한다. TV 화면에 비치는 강의장 모습으로는 수강생이 너무 많아 늦게 가면 자리도 못 잡고 서서 해야 할 지경이다. ‘저렇게 까지 해서 자격증을 따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학원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으로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대비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해 그곳에서 알아 보기로 했다. 소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나름대로 유명한 곳을 찾아 과감하게 신청했다. 강의는 과목별로 신청해도 된다고 해서 한 과목을 신청했는데 교재는 별도로 구입하여야 한다고 한다. 교재는 한 권씩 구입하면 따로 발송비를 받는다고 하니 어째도 다 들을 테니까 한꺼번에 구입하면 발송비 절약 뿐 아니라 가격 할인도 된다고 해서 과감하게 전권을 다 샀다. 그리고 일단 교재를 사면 아까워서라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럭저럭 강의 내용은 들을 만 했다. 부동산 관련 상식도 배우고 강의도 이정도면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우연히 9시 뉴스에 정부 부동산 정책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렇게 되면 공인 중개사 전망이 불투명 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문득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다 샀으니 한번 꾸준히 들어 보기로 했다.

작심삼일이라고 서서히 유혹의 손길이 뻗쳤다.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오고 회사 일도 밀려 야근도 잦아졌다. 그래도 ‘시작이 곧 반이다’라며 결의를 다지고 퇴근과 동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그러다 하루는 약속이 생겨 내일 해야지 하고 모임에 갔는데 모임에 온 사람 중 한명이 자기도 한때 부동산 중개사 공부를 했다고 한다. “ 부동산 중개사 시험이 장난이 아니게 어렵다”라고 하면서 “혼자서 하기는 쉽지 않을 걸, 이왕이면 학원가서 하지 그래?”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 내내 고민을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지금 강사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쉽게 가르치고는 있는데 시험에 이대로 나올지? 대충 강의료 받기 위해 쉽게 쉽게만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강의에 불신도 생기고 자신도 없어지고 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 한번은 강의를 듣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 보려고 하니 게시판이라는 곳이 있었다. ‘음~ 여기서 물어봐야지!’ 하고 글을 올리니 하루 만에 답글이 올라 왔다.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그대도 해결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싶었지만 다들 자기 궁금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고 게시판 운영자는 답만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퇴근하다가 무심코 길가에 있는 부동산중개사 사무실 수를 헤아려 보니 뭐가 그렇게 많은지 이 사람들이 모두 돈 제대로 벌고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힘들게 공부해서 자격증은 땄는데 파리만 날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럴 때 누군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고민을 이야기하고 먼저 한 선배의 경험담도 들어 보면 좋으련만… 그나마 인터넷은 싸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공부 할 수 있는 게 어디야라고 자위하고 강의를 들은 결과 한 과목은 겨우 마쳤다.

다음 과목은 또 어떤 강사를 선택해야 할지 선택의 순간이다. 4~5명의 강사가 저마다 잘한다고 자기 PR을 해 놓았다. 일단 맛보기 강의라도 들어봐야지 하고 들어보니까 여전히 다들 비슷하고 맛보기만 들어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왕이면 족집게 강사가 좋은데 누가 잘 하는지 맛보기만 봐선 알 수가 있어야지. 다들 자기가 잘 낫다고 하는 판이니… 그래도 선택은 해야 하니 그 중에 한명을 찍었다.

며칠을 들어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강사의 강의 스타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환불 신청을 하려고 하던 차에 다행이 뒤로 넘어 가니 화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좋아라 하고 전화했다. 상담원에게 환불해주면 다른 거 신청하겠다고 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도 그런 불만이 많다면서 즉각 변경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재수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짜증나는 강의를 듣느라 며칠을 보냈으니 결국 손해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동안 고민해서 새 강좌를 신청했다. 3개 강좌를 동시에 신청하면 할인 해준다는 유혹이 있었지만 다시는 실수를 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강좌만 우선 신청해서 들었다. 그런 식으로 해서 그럭저럭 4개 과목이나 들었다. 이젠 시험도 몇 달 안 남았는데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해서 합격이나 할 수 있을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런 저런 잡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좀 더 주고, 좀 더 힘들더라도 학원을 갔었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며칠 전 주택관리사가 더 전망 있고 시험도 쉽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은 상태라 더 마음이 흔들렸다.

여태껏 한 게 어디냐는 마음에 여기서 포기하면 지난 시간이 아까워서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또 열심히 했다. 시험이 임박해 오니 별 생각이 다 나기 시작했다. 지금 가르치는 강사들이 자기들이 말하는 것 처럼 제대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지 의심스럽고 그나마 사이트에서 제공해주는 정보는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희망적이라 광고나 다름없었다.

시험 한 달 전, 이젠 문제풀이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또 돈을 내고 수강신청 하라고 한다. 겨우 강의는 다 봤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공부를 못해 시험에 떨어질 게 뻔해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한번 더 봐?…

B씨의 이러닝 경험 - 함께 있어 좋다.

B씨도 마찬가지 이유로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인터넷학습 사이트 이곳 저곳 다니던 중 다른 곳과는 달리 강좌와 함께 학습 커뮤니티를 제공해준다는 곳이 있었다. ‘뭐가 다르지?’ 하는 마음으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다.

일단 한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신청을 하고 나니 학습카페에 가입하라는 메일이 날라 왔다. 카페에 들어가 둘러보니 게시판에 이런 저런 글들이 수없이 많이 올라 와 있었다. 초보자에서부터 두번째 듣는 사람, 이미 합격한 한 사람 이야기 부터 인터넷학습지도를 전문으로 해주는 운영자까지 많은 글이 올라 와 있었다.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가입해보자고 생각하고 학습카페에 가입신청을 하고 어떤 이유로 부동산중개사 준비를 하게 되었는지 등 간단하게 가입인사를 올리고 강의를 찾아 강의를 들었다.

-(2)에서 B씨의 경험이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