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습이론-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논어에 보면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학”과 “습”의 뜻만 잘 풀이 해도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배우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익히기만 하는 것도 아닌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는 것이다.
이 말은 소위 배우는 것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지어낸 말이거나 아주 옛날 한학을 배울 때나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이 한자어에 교육의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학습을 하나하나 풀이 해보면 “학”은 배우다 라는 뜻이고 “습”은 익히다 라는 뜻이다. 배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익히다” 라는 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익히다 라는 말은 단순히 반복해서 외우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익숙해지도록 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럼 배운 것을 익히는 방법, 즉 익숙해지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 즉 실천해 보는 것이다. 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둘째는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설명을 해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훨씬 빨리 익숙해진다. 이 역시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배운 것을 향후 적용 할 수 있도록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다. 문제를 풀어 본다는 것은 일종의 실제 적용하기 전 시뮬레이션 해본 다는 것과 같다. 배운 것을 많은 문제를 통해 풀어 봄으로써 익숙해 질 수 있다. 여건상 직접 실천해 볼 수 없는 상황이나 설명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학창시절 배운 것을 친구들과 서로 퀴즈 대결을 하면서 공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여기에 경쟁 요소인 내기를 하였을 때 훨씬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배운 것을 문제풀기만 하여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고 그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말 그대로 학습(배우고 익히다)이라는 말 뜻 그대로 하기만 해도 효과적이면서 즐겁게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퀴즈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것도 배운 것을 익히는(익숙해지도록 하는 문제풀이) 형식이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골든벨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을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는 것도 배운 것을 익히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골든벨이라는 퀴즈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미리 문제를 80%가량 공부하게 한 후 그 내용을 가지고 퀴즈를 푼다고 한다. 이에 기업들은 교육시키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제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을 빌어 쓴 것이다. 전혀 모르는 문제만 나온다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익힘이 없는 배움의 반복은 고통 배움과 익힘이 분리되어 즐거움이 아닌 고통을 주는 예는 일선학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시험문제를 낼 때 배우지도 않은 곳에서 내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준비를 위한 공부는 별도로 따로 하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심한 경우가 바로 수능이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으로 시험이 치뤄지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별도로 시험을 대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능 준비를 잘 해주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으로 공교고육이 무너진다는 위기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자연 학생들은 배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어디 가고 시험의 노예가 되어 즐거워야 할 배움이 고통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은 자기가 배운 것을 익히고 그것이 평가에 반영될 때 온다.
또 다른 잘 못 된 예는 기업 e러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용보험환급기준에 맞추기 위한 구색 갖추기로 20~30분 가량 배우고 배운 것을 형성평가라고 하는 문제 몇 개를 풀게 한다. 이는 단순히 제대로 봤는지 아닌지를 체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과정이 끝날 때 이수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문제를 내는데 그 또한 평가를 위한 문제를 낼 뿐이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주는 문제 풀이는 사라지고 그저 평가를 위한 평가만 할 뿐이다. 즉 배움과 익힘이 분리되어 있고 심지어는 배움은 있으나 익힘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 자체가 즐겁지 않은 것으로 전락되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보았듯이 배운 것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충분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보상과 경쟁 요소를 추가하면 더 즐겁게 학습할 수 있다. 즉 배운 것을 익힐 수 있도록 퀴즈를 풀고 그 결과에 따라 순위와 레벨이 변하고, 적절한 보상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러닝에도 “즐거운 학습이론(학이지습지)”을 적용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을 한다면 e러닝을 통해 진정한 학습의 즐거움도 느끼고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학과 습의 조화를 통해 진정한 학습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을 때 학습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 만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e러닝이 아닌 학습의 즐거움과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e러닝이 되어야 명실공히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e러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 기획실장 정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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