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e러닝도 영화나 드라마처럼 감동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학습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e러닝과 영화를 비교, e러닝의 획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e러닝 콘텐츠 한편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이 내용 및 구성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 영화는 어떨까. 지난 1월 한국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4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43억원에 이르고, 극장 수입은 64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모 업체가 큰마음 먹고 멋지게 e러닝 콘텐츠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자랑하는 비용이 겨우 3억원 정도인데, 제작비가 200억원이 넘게 들었다고 하는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에 비하면 e러닝은 아직 투자 규모가 훨씬 적다.
e러닝을 영화와 단순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영화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 본다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화의 제작 및 흥행 방식을 살펴보면 e러닝과는 확연히 다르게 `박리다매'형 가격정책으로 관람객을 많이 유치해 돈을 버는 대중산업화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e러닝은 공급사이드의 투입원가에 의해 가격이 산정되는 방식이다 보니 소비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돼 전반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영화의 경우 걸출한 감독이 시대상을 반영한 스토리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 인력간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시스템을 갖춰 온 것도 e러닝 쪽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소재의 다양화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예술영화ㆍ코믹영화ㆍ액션ㆍ멜로 등 영화 장르가 다양하듯이 e러닝도 장르를 다양하게 가져가야 학습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소재의 폭도 다양화시켜 참신하고 신선한 주제를 많이 다뤄야 할 것이다. 기존 e러닝이 칠판형 강의, 교과서 읽기 식의 문서 편집, 밋밋한 성우의 해설 정도로 그쳤다면 향후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e러닝도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활용해 다채롭게 콘텐츠를 만들기를 바란다.
감동의 연출도 필요한 요소다. 한편의 영화와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 e러닝 콘텐츠도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번 듣고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한 감동을 줘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한 사람의 사고와 행동에 `행복한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콘텐츠를 감동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고 리더십, 인성교육 등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나 변화관리 교육 등은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역작을 만들어 대중을 감화시킬 수 있도록 하면 e러닝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규모의 확대 및 투자조합 구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러닝 콘텐츠 및 서비스 업체가 아직 영세한 규모이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너무 적다. 평균 1000만~2000만원 수준이다 보니 정교한 교육콘텐츠를 만들기에는 투자금액이 적어 그야말로 `돈 벌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를 따져 보더라도 e러닝에 비하면 몇 배 아니 몇 십 배의 투자가 이뤄져 대작게임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따라서 e러닝도 영화나 게임처럼 투자 펀드를 구성해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양질의 콘텐츠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e러닝업체를 위한 정기적인 투자설명회 개최, e러닝 투자조합 구성 등 자금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 e러닝 쪽에 돈이 많이 몰리도록 유도를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e러닝을 영화처럼 육성하고, e러닝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찾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몰입형 학습환경 설계(춘천교육대 조일현 교수)'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오는 등 e러닝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e러닝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